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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 리뷰 (개발서적 이외)

밀리의 서재『오후 5시, 한강은 불꽃놀이 중』

by 미티치 2020. 8. 8.

『오후 5시, 한강은 불꽃놀이 중』은 짧은 소설이었다. 사실 소설과 별로 친하지 않았던 나였다. 개인적으로 자기개발서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고, 이따금 마음이 힘들 때는 『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』 와 같은 뭔가 마음에 위로가 되는 책들을 찾았었다. 소설 자체에 대해 큰 흥미가 없었는데, 얼마 전 좋아하는 예능인 '대화의 희열' 에서 김중혁 작가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했던 언급이 와닿았다. 그래서 이번엔 소설과 좀 친해지려 밀리의 서재를 뒤지던 와중에 선택했던 소설이었다.

 

길지 않은 소설이라 더 깊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. 제목을 보고는 큰 기대없이 열었던 소설이었는데, 생각보다 주제가 뭔가 말할 수 없는 내 마음 속 깊은 부분들을 파고들었던 것 같다. 

직장을 다닌지 곧 있으면 3년이 다 되어 간다. 아직 마음은 취직이라는 미션을 수행한 대학생의 마음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고, 주변에서도 나를 아직 아이로만 보는 것 같은데,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. 대략 3년이라는 시간동안 가장 크게 변한 것(?) 이라고 표현해야 할까, 성장한 것이라고 표현해야 할까, 아니면 현실적으로 찌들었다는 표현이 맞을까. 표현이야 어찌되었든 그 시간동안 크게 변한 것이 있다면 '돈'에 대한 생각인 것 같다고 느낀다. 취직 이전에는 ('돈' 이 아니라 '자본'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.) 자본에 대한 감각이 없다보니 나는 내 꿈을 위해서라면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 줄 알았다. 서울에 집 한채가 있는게 뭐가 중요하고, 당장 내 통장에 찍히는 액수가 뭐가 중요하냐. 내 인생은 긴데! 나는 남들과 비교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. 비교는 누구와도 할 수 있고, 누구나 하며 살아가기에, 그 결과로 얻는 것은 결코 내가 얻을 수 있는 행복과는 정 반대의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. 

하지만 3년 (아직 완전히 3년은 되지 않았다.) 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, '내가 너무 꿈돌이었나?'라는 생각을 이따금 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.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본에 대한 무지가 과연 현명한 것이었을까? 결국 내가 원하는 그 꿈의 종착지도 돈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었는데.

 

소설 주인공 의진의 삶을 보면서 뭔가 아찔하다고 느껴졌다. 어렸을 땐 부동산 투기를 해서 망하니, 주식투자를 해서 망하니 하는 기사들을 보면 도대체 왜 돈을 힘들게 벌어서 저런 위험부담을 갖는 곳에 투자하나. 저건 필히 바보들만 하는 짓이다.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, 요즘은 왜 하는지 정도는 이해가 간다. 더 나아가서 내가 저 뉴스 속 사람이 되지 않기만 바랄 뿐.

 

남자친구 연석이 갖고 있는 재개발 예정의 아파트를 생각하며 연석과의 결혼을 굳건히 하려는 의진을 볼 땐, 뭔가 말로 표현하기는 거북한 감정이 들었었다. 내가 자본주의에 찌들었나?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던 것 같다. 이해는 가지만 나는 저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, 하지만 저런 의진의 모습이 나쁜 모습은 아닌데, 오히려 저게 더 현실적인 사람인건가? 라는 복잡 미묘한 생각이 들었다.  의진이 남자친구가 소유하고 있는 재개발 예정의 아파트를 보며 미래에 그 집에서 지내는 자신을 상상하는 모습은 내가 의진이었어도 저런 상상은 한번쯤 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.

 

이 소설이 몰입도가 높았던 이유 그리고 읽으면서 공감하지만 공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, 소설 속 의진이 사실은 누구나 갖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.

 

그리고 내가 지금 돈을 버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. 내 인생은 단순히 '돈'을 버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면서 자아를 찾고, 나의 미래를 계획하기 위한 시간 속에 '돈'은 수단이 되길 바랬던 것인데. 어느 순간부터 이 '돈'이라는 게 내가 더 즐겁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유가 되어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. 하지만 돈이 수단이 될지 목표가 될지에 대해서 예전의 나는 단호하게 전자를 택했었겠지만, 지금의 나는 이 선택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느꼈다.